1. 성서와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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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는 그 내용이 청자 혹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순간 해석된다. 해석은 저자와 독자의 서로다른 시공간의 간극을 연결하는 개념이다. 저자가 기록으로 남긴 내용은 독자의 상황과 시대 속에서 새롭게 이해되고, 때로 독자들의 가치관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즉, 시대를 초월하여 계속해서 해석되는 텍스트가 진정으로 살아있는 텍스트이며, 해석되지 못하는 텍스트는 죽은 텍스트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신앙 공동체 속에서 수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해서 해석되어 왔던 성서는 여전히 살아있는 텍스트로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특정한 텍스트를 해석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위 그림은 해석 과정을 도식화한 것이다. 해석 과정에 있어 중요한 3가지의 요소는 저자, 텍스트, 그리고 독자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자신이 의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부호화된 언어(code)를 사용하여 텍스트에 표현해 낸다. 당연하게도 이 부호화된 표현 방식은 저자의 사고방식과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의 세계의 내용과 틀을 담고 있는 텍스트는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하게 되고 외딴 장소와 시간 속에 있는 독자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독자는 텍스트를 어떻게 이해할까? 저자가 자신이 속한 세계의 틀 속에서 저술하였듯이, 독자 역시 일차적으로 자신이 속한 세계의 틀 안에서 텍스트를 이해하게 된다. 독자가 자신의 세계속에서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해석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텍스트를 바라보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가 속한 세계관과 가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독자의 위치에 충실한 해석 방식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매우 보편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교회에서 선포되는 설교 역시 성서의 메시지를 우리의 시대에 맞게 “현재화"하여 해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자 중심의 해석 방식은 자칫 본래 텍스트의 메시지 자체를 자의적으로 받아들여 왜곡시킬 수 있다. 올바른 해석이란 저자의 의도와 독자의 상황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인문주의와 근대화 시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시작한 근대적인 역사학의 도래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aside> 💡 이전까지 “역사가”(historians)라 불릴만한 이들이 존재했지만 고대 역사가들의 관심사는 과거 역사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facts)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메시지와 교훈(instructions)을 전달하는 데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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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해석 역사에서도 바로 이런 원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근대 이전 성서 해석은 독자의 이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면, 근대 이후의 성서 해석은 보다 비평적인 관점에서 본래 텍스트를 생산해 냈던 저자와 그 세계에 관심을 두게 된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스케치해 보면서 오경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성서에 나타난 성서 해석의 흔적